서영호의 전라를 매일 보다시피 했어도 그의 자해자국에 대해서는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재현에게 반문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의 어디에, 어떻게. 자해자국이 있었나요. 칼로 그은 자국이던가요, 아니면 손톱으로 쥐어 뜯은 자국이던가요. 아니면 깨진 병으로 그은 자국이던가요. 묻고 싶지 않았다. 내가 주의 깊게 보려고 노력하지 않았겠지, 그에게 있어 자해라는 수...
서영호는 개, 병신, 인싸, 씨발놈이라는 것을 빼면 나쁜 작자는 아니었다. 돈도 잘 쓰고 매일 태일에게 밥을 차려줬으며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태일에게 적선해주었고 ENTP 인간이었으며 인싸 특유의 화법으로 어딘가 모자라고 사교적으로 결핍된 태일에게 상냥하게 굴어주는 인물이었다. 정말 태일에게는 고마운 인물임이 틀림 없으나 문태일이 이토록 그에게 분노하는 ...
태일은 실용음악과 보컬 전공이었다. 어릴 때부터 노래를 잘 하긴 했지만 진짜로 노래를 대학에서까지 전공하게 될 줄은 몰랐다. 태일 제 자신이 노래를 잘 한다는 것을 깨달았던 때는 바야흐로 태일이 중학생이었을 시절이었다. 중학교 시절 변성기가 찾아올 무렵 친구가 없던 태일은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아 말을 잘 안 했기 때문에 태일의 목소리는 가히 국보급이었다...
종강 이후 대낮의 낮잠은 태일에게 있어 아주 소중하고도 중요한 것이었다. 특히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일어나서 핸드폰으로 시각을 확인하고 '아, 아직 더 자도 되겠다.' 라고 생각하며 잠에 빠져드는 것은 가히 태일에게 있어 제일 좋아하는 것이라고 자부 할 수 있을 만큼 짜릿한 행위였다. 그런 대낮의 낮잠을 방해하는 작자는 내가 다 죽인 것으로 아는데, 태일은...
정가비는 짐을 쌌다. 독일어 교재나, 노트북이나 무드등 같은 것들을 챙겼다. 가비는 한국을 떠나는 것이 후련하기도 했고 섭섭하기도 했다. 인혜언니나 효정을 못 보는 것이 내심 섭섭한 이유였다. 어학원에서는 유학생들을 위한 거처를 마련해주었다. 인혜언니가 독일로 놀러오면 같이 한 달 정도를 그 곳에서 살 셈이었다. 반면 효정은 개넌한 백수 대학생이라 독일에 ...
태일은 가난하고 지방 깡촌에 사는 대학생이었다. 바야흐로 문태일이 새내기일 적 그는 일년 간 왕복 네시간 통학을 했고 얻은 건 위궤양과 간헐적 두통 뿐이었다. 일학년 끝자락 무렵, 종강 후 태일은 자퇴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아버지께 자퇴 선언 후 머리를 밀릴 뻔 하고 나서 가까스로 정신을 부여잡았다. 태일은, 좆같은 세상이 싫었다. 좆같은 깡촌도 ...
문태일은 가난하지만 삶에 희망따위를 가지고 사는 대학생이었다. 문태일은 강의가 끝나고 나면 오후 일곱시부터 새벽 두시까지 장사를 하는 포차에서 알바를 했다. 하루에 많으면 열 팀 정도를 받았다. 사장 형은 매일 단골 손님들과 술을 쳐 마셨다. 그 말은 태일이 가게에 모든 뒤치다꺼리를 도맡아야 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태일은 불평 하나 없이 일했다. 문태일의...
남자친구가 훠궈, 있지 그 빨간 거....... 아무튼 그거를 먹다가, 눈에 빨간 국물 한 방울이 들어간거야. 그래서 내가 빨리 화장실 가서 눈을 씻어내라니까, 그래도 너무 아프다며 발을 동동 구르더라고....... 그래서 뭐, 응급실에 실려 갔지. 남자친구가 처음으로 중국에 온 날이었어. 그게 제일 큰 기억으로 남네. 이별은 그저 웃었다. 푸하하하하하. ...
[문태일 학생증 1번 출구 드롭탑 앞 도로에 떨어져 있음] Re: [문태일: 드롭탑이 어디죠...] 한 자 한 자 타자를 치는 내내 태일은 울화가 치밀었다. 아니 씨발 주워서 어디든간 맡겨주면 좀 덧나나. 학생증을 잃어버린 지 이주 하고도 삼일이 지난 문태일은 수업을 들어가는 내내 조교에게 출석을 위해 분실에 관하여 상황설명을 해야하는 골치를 앓았다. 발급...
반년 만에 마주한 정우의 얼굴은 꽤나 수척해있었다. 마른 편은 아니었지만 앙상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행색이었다. ‘패스트퀵’ 멋 안 나는 조끼의 뒷면과 앞면 오른쪽 가슴께에 새겨진 네 글자는 반년 전까지만 해도 맞춤 정장을 입던 정우에게 썩 어울리지 않는 듯 하면서도 그리 위화감은 없었다. 도환은 반년 만에 이천만원을 뜯겨서 돌아온 친구와의 어색한 만남에 애...
1. 문태일 태일은 고기를 자르고, 저울에 달았다. 550그람이 넘어가면 안 되었지만 아줌마 손님들에겐 사장 몰래 570그람씩 달아주곤 했다. 위생봉투에 고깃덩이를 담고 익숙하게 봉지 주둥이를 한 바퀴 돌려 비틀었다. 또, 검정 봉지를 ‘착’ 소리가 나도록 뜯고선 한 번 더 싸맸다. 맛있게 드십쇼! 아줌마들은 태일을 참 좋아했다. 대부분 싹싹하다던가, 예의...
어스름한 새벽은 붉은 빛 하나 없고 푸른 색채 그뿐인 하늘은 나를 안정하게 만들기도 침잠하게 하기도 딱 좋아요 들새의 하찮은 지저귐마저 소멸한 이 시간에는 숨 쉬는 법을 잠시 잊어버린다 한들 이상할 것이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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