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방 할매는 장씨 할배가 달아준 커텐을 여즉 떼지 못 했다. 커텐은 다 헤져 제 구실을 할 수 없었지만, 여하간 고집불통이 아니었다. 커텐은 맞붙어 있어도 빛을 질질 흘렸다. 가운데 차마 기우지 못 한 큰 구멍, 그 틈으로 보이는 할매의 세상은 낡은 방범창이 담아내기엔 환하고, 다채로웠다. 할매, 좀 기워봐유. 정 안 되면 새로 사던가유. 뭣이 그리 아까...
5. 행복과 문태일의 상관관계 규태의 손에는 미미한 온기가 존재했지만 그것이 사람의 온기는 결코 아니었다. 태일은 병실을 지키는 내내 멍을 때리거나 어제 정우와의 대화 등을 곱씹었다. 규태의 소변 통에 노란 액체가 차는 것을 보아하니 어느새 저녁 시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곧 도환이 자리를 볼 차례였고, 여자아이들은 오지 않는 것으로 했다. ...
작은 짐 가방을 품에 이고 처음으로 조우한 고잔빌라 105호는 몹시 습하고 군내가 났다. 방범창 곳곳에 불그스름 자리한 녹의 흔적은 흡사 버짐의 양상과 같았다. 창틀은 녹진히 젖어있었고 담배를 비벼 끈 잔해가 가득했다. 19살의 A는 짐이 든 새파란 가방의 지퍼를 열어 제일 먼저 쥐 형상을 한 낡고 헤진 인형을 꺼내고, 뒤이어 작업복을 꺼냈다. A는 작업복...
교수는 얇은 담배를 피운다. 몇 모금을 빨고 그는 쌈밥집에 들어선다. 우렁, 돼지고기, 홍어 요리는 글자만으로 교수의 침샘을 돌게 했지만 월요일은 쭈꾸미 쌈밥을 먹는 날이었다. 교수가 그리 정했다. 그것은 철칙이었다.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밥을 한 술 뜨고 나면 집으로 돌아간다. 아내는 거실 장판에 몸을 누이고 있었다. 아내는 교수의 아랫도리에 콧구멍 가져...
A는 청주에 사는 남자친구와 밤새 섹스를 하고 용돈을 받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콜택시 안에는 불순한 내가 진동을 했다. 침 내도 정액 내도 아닌 것이 어딘가 퀴퀴했다. 요사이 A는 멀미를 자주 했다. 대전으로 진입하는 톨게이트를 넘어선 것을 확인한 뒤 A는 아이폰의 메모장을 켜서 자판을 토, 독 두드렸다. 치마 오 센치 줄이기, 마일드 세븐 한 보루 ...
"요사이 오줌발이 시원찮은 게. 오줌길이 막혔나 싶을 정도야. 에휴, 게다가 잠지는 얼마나 아린지 몰라." 아영은 벌어진 가슴을 벅벅 긁으며 주방으로 향했다. 하품을 쩍 한 뒤, 정수기에 컵을 갖다대고 통화를 나누는 유연을 흘깃 바라보았다. 요새 들어 유연은 집에서도 연한 화장을 즐겨 했다. 한 때 아영의 아빠는 유연의 민낮을 지키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
페이소스 고민, 동정과 연민의 감정, 애상적인 감정, 비애감, 정념 호소력 알레고리 우유(愚喩), 우의(寓意), 풍유(諷諭) 화해할 수 없는 것들-건설과 파괴, 희망과 슬픔, 미몽과 각성, 실재와 허구-의 반립 반립하지만 긴장 관계를 형성하며, 알레고리적 순간을 창출 현대인들은 상품을 소유할 수 있으리라는 환상 속에서 상품을 만들지만, 결국 그들 자신이 상...
주현선은 나재민과의 관계가 참 쫄깃하다고 생각했다. 현선과 재민 사이의 관계도, 재민과 몸을 섞는 관계도. 물론 재민의 속 살이 쫀득한 게 한 몫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재민은 서른 하나의 나이에 미성년자의 살결을 갖고 있었다. 미성년자를 안아 본 적은 없지만 뽀얗고 탄력있는 쫄깃한 살결이 열 여덟의 살결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선이 번듯한...
새 동네의 동사무소는 라경에게 초행길이었다. 엄마는 라경에게 79만원짜리 신상 mcm백과 우산 두 개를 맡기며 말했다. "라경이 넌 이거 메고 있어서 못 들어가. 쟤네들이 우리 돈 많나보다 하고 돈 안 준단 말이야." 엄마는 라경의 왼 손에 들린 발렌티노 클러치를 떫은 눈깔로 바라보다 이내 동사무소로 향한다. 등 뒤에 거북 껍데기처럼 메던 mcm백이 사라진...
은아는 문촌리가 역겨웠다. 마을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콧털까지 발작을 일으킬 만큼 코를 찌르는 소똥냄새도 역겨웠다. 씨발 뭔 되도않는 혁신도시니 뭐니 쳐 만들어 논 것 때문에 집값이 올라 부모가 배채우는 것도 토악질이 쏠렸다. 그래서 서울을 동경했다. 너무 사랑했지. 그 곳은 모두가 화려하거든. 새벽에 담배를 한 대 태우려고 대문 밖을 나서면 도롯가에는 스타렉...
하숙방 할매는 장씨 할배가 달아준 커텐을 떼지 못 했다. 커텐은 다 헤져 제 구실을 할 수 없었지만 여하간 그랬다. 커텐은 맞붙어 있어도 가운데 차마 기우지 못 한 큰 구멍 탓에 방범창이 훤히 보였다. 할매, 좀 기워봐유. 정 안 되면 새로 사던가. 뭣이 그리 아깝다고. 할매와 나는 평소 반찬 이야기ㅡ대부분 투정이었다ㅡ가 아니면 밥상머리에서 별 대화를 나누...
A가 말했다. 영화 보니까 죄수들 사형 전날 먹고 싶은 거, 듣고 싶은 거 다 들려 준대! 만약에 네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죽기 전에 뭘 먹고 싶어? 듣고 싶은 음악은 뭐야? B는 금세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달아올랐다. 사고나 타살로 선택권 없이 죽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어떻게 사형수 따위에게 선택권이 부여될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에 의문조차 갖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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